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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알아보기 - 정당방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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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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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추석날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에게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할 폭언을 내뱉으며 심지어 주먹질까지 하려는 삼촌을 말리려다 그만 삼촌을 때리고 말았다. 삼촌은 A씨를 피하다 그만 뒤로 넘어져 손목이 부러지고 말았는데, A씨를 상해죄로 고소까지 해버렸다. 이런 경우 A씨는 처벌을 받게 될까?

 


- 억울한 처벌을 면해주는 정당방위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이 있다. 원리, 원칙에 충실한 법률도 상황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준다는 것인데, 형사법에도 이런 예외들이 있다. 우리 형법에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부득이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를 구제할 수단을 마련해 놓았다(형법 제21조 제1항). 형법상 범죄에 해당해서 처벌받을 행위라 하더라도, 예외적으로 처벌을 면제해주고 만약 그 행위가 과해서 처벌을 면제하긴 어렵다면 감경이라도 해주고자 하는 규정이다.

 

그리하여 위와 매우 유사한 상황에서 대법원은 ‘정황상 일격을 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라고 보아 정당방위를 인정, 처벌 받지 않도록 판단했다(대법원 73도2401 사건). 오늘 날에도 이런 사건이 있다면 너무 과한 폭행이 아닌 한 정당방위가 인정되어 경찰이나 검찰 수사단계에서 무혐의로 방면될 가능성이 높다.

 


- 정당방위는 언제 인정될 수 있는가?

 

이처럼 정당방위는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볼 상황에서도 인정된다. 다만 ‘법익’이라고 할 만한 것이 침해되고 있어야 하므로 단순히 감정을 나쁘게 할 정도의 비속어만으로는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없다. 위 판례 역시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자식에게 인륜상 용납할 수 없는 폭언’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있었기에 정당방위가 인정됐다. 물론 폭행을 가하는 등 신체적 침해가 확실한 상황, 절도나 강도 등 재산 침해의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될 것이다.

 

한편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선 ‘현재’ 법익이 침해되고 있어야 한다. 범행을 예고했다는 것만으로 상대를 폭행해서는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누군가 내 지갑을 훔쳐 달아나 하루가 지난 뒤 우연히 가해자를 만나 몸싸움을 하다 상대방을 다치게 했다면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어려워진다. 정당방위는 경찰을 부를 수도 없을 정도로 급박한, 불가피한 상황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현행범인이 아니기에 자력으로 체포할 경우 면책대상이 되기도 어렵다(형사소송법 제211조, 212조).

 

또 정당방위는 ‘상당한 이유’가 인정 되는 상황이어야만 한다. 대법원은 이 상당한 이유를 ‘행위에 이른 경위, 목적, 수단,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춰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정도의 상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데(대법원 84도242 사건), 피해를 막기 위해 방어행위가 불가피한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게 된다. 위험에 처한 상황, 방어행위의 위험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운 경우, 방어행위가 동시에 공격행위로 평가할 정도라면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0도228 사건). 또 피해자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상대를 공격을 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으면서도 분을 풀기 위해 공격을 했다면 정당방위가 될 수 없다(대법원 96도241 사건). 상당히 논란이 많은 예로 성범죄 피해에 놓인 여성이 강제로 입을 맞추는 가해자의 혀를 물어 절단한 중상해의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되기도 하고 부정되기도 한다(정당방위 인정 대법원 89도358 사건, 정당방위 부정 인천지방법원 2016고합823 사건).

 


-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어려운 이유

 

많은 사람들은 법원이 정당방위를 너무 깐깐하게 판단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으로 도둑이 집에 침입해 이를 몰아내다 도둑이 중태에 빠진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부정된 사건이 있었다. 이런 경우에까지 처벌하는 건 법이 너무 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정당방위는 모든 사건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형사처벌이 될 정도의 ‘물리적 침해’ 행위가 있었을 때에야 문제되는 것이다. 검‧경과 법원 등 사법기관에선 형사처벌 대상인 행위를 두고, 이 행위가 예외적으로 처벌을 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뤄진 것인지 판단하게 된다. 이런 사건이 생길 경우 사법기관은 보수적으로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하게 되므로 정당방위를 폭 넓게 인정하긴 어렵다. 개인의 법익이 침해되는 상황이 있다 해도, 정도를 넘어서는 ‘물리력’을 쓰는 것까지 허용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위험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정도의 몸싸움까지 처벌받지는 않으므로 처벌이 두려워 그저 맞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앞선 사건의 경우 역시 도둑은 흉기 등을 소지하지 않고 저항 없이 도망가려 했으나, 집주인이 이를 쫓아 머리 부위를 발로 가격하는 등 장시간 폭행한 경우였다. 그 결과 도둑은 식물인간이 될 정도의 중상해를 입고 결국 사망했다. 이런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할 정도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대법원 2016도2794 사건).


<tip box>

· 자력구제, 자구행위 : 민법에선 자력구제를 인정하여 물건 또는 부동산의 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을 때 이를 방어할 수 있고, 점유를 뺏긴 경우 즉시 이를 빼앗아 와도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민법 제209조). 형법에서도 자구행위라 하여 예외적으로 처벌을 면하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법에서 정한 절차로는 자신의 채권을 상실할 위험이 있는 경우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 한해 자력으로 채권 보전을 위한 행위를 면책시켜주는 규정이다(형법 제23조). 그러나 형법상 자구행위는 인정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민법의 자력구제의 경우와 달리 민사집행법 등 법령상 절차로 채권을 보전하기 불가능한 예외적인 사유가 인정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상대방이 몰래 숨긴 물건을 훔쳐 온다 해도 자구행위가 인정될 수 없고(대법원 84도2582 사건), 소유권 분쟁으로 소송 중인 건물의 자물쇠를 절단한 것 역시 점유를 뺏긴 즉시 회복한 경우가 아니어서 자구행위가 될 수 없다(대법원 85도707 사건). 고의로 부도를 내고 잠적한 채무자를 찾아냈다 해도, 상대의 재산을 강제로 뺏어내는 정도에 이른다면 역시 자구행위가 될 수 없다(서울고등법원 2005노502 사건).

**위 칼럼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월간지 '사학연금' 2020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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