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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1, 2주 사이 법무부장관에 의해 검찰총장이 직무배제 되고, 곧이어 법원에 의해 직무배제가 정지되어 검찰총장이 직무에 복귀하는 드라마틱한 사건이 펼쳐졌다. 떠들썩한 사건이었다. 검찰조직의 수장이 갑작스레 직무에서 물러나는 것 또한 충격적이었지만, 1주일도 넘지 않는 사이 열린 단 한 번의 재판으로 당분간은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 또한 그러했다. 그런데 행정법원에서 열리는 재판들을 보면 그리 놀랍지 않은 일이다.
- 처분은 멈추지 않는다
이번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배제명령은 법원의 판결 및 집행관에의 강제집행 신청 없이도 상대방의 법적 권리(직무수행권한)에 직접 효력을 발휘해버리는 것이어서 법률상으로 ‘처분’이라고 부른다. 미성년자 주류 판매로 인한 영업정지 같은 제재가 대표적인 처분의 예시다.
모든 처분은 법률에 처분근거 규정이 있을 때, 이 규정을 근거로 처분권한을 가진 행정관청인 ‘처분청’만이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공무원들도 간혹 잘못된 처분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절차인 사전통지, 청문 등 의견청취, 처분 결과 통지와 이유제시를 지키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행정절차법 제21조 내지 제23조 등). 처분규정을 잘못 적용해 처분을 할 사유가 아닌데 처분을 했거나, 지나치게 과다한 제재를 가한 경우도 있다. 처분규정이 헌법에 위반된 경우도 있다. 이 모두가 처분 취소 사유다.
이때 처분을 받은 자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다퉈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법 체계는 처분청의 권한을 존중해서 소송이 제기됐더라도 처분의 효력과 집행은 계속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1항, 행정심판법 제30조 제1항). 실제로 잘못된 처분이라 해도 그리고 취소소송이 제기되어 처분의 문제점이 지적 됐더라도 일단 효력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잘못된 처분임이라도 영업정지 기간 동안 영업을 하면 가중 제재인 영업허가 취소 또는 영업장 폐쇄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이처럼 처분은 당사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침에도 판결을 받지도 않고 바로 효력을 갖기에 처분이 위법하다고 다투고자 하는 사람에겐 불이익이 크다. 게다가 소송은 길게는 1년이 넘는 경우가 허다한데, 재판 도중 처분기간이 다 지나면 소송 대상이 사라져서 원고 패소 판결(소 각하 판결)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기에 소송을 통해 처분이 적법한지 시비를 가리기 전에 우선 그 효력이나 집행을 멈춰둘 필요가 있다. 행정소송법에는 이를 위해 예외적으로 처분의 효력을 법원이 정지시킬 수 있도록 특별한 규정을 두었고, 그것이 바로 ‘집행정지’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행정심판법 제30조 제2항).
- 재판을 하지 않고도 처분이 정지될 수 있다
집행정지는 처분을 받은 사람이 처분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신청서를 제출했을 때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소장을 받은 판사가 신청 없이 직권으로도 결정할 수 있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처분청이 반론을 펼 기회도 없이 집행이 정지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분이 시작되는 날짜가 임박한 경우 또는 이미 효력이 발생한 경우에는 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 임시로 처분을 멈추는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보통 집행정지 심문을 할 날짜로부터 1주일 정도 뒤까지만 임시로 처분을 정지하곤 한다. 영업정지나 공공사업 입찰자격 제한 같은 처분은 단 하루라도 당사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어서 잠정 집행정지 결정이 자주 내려지는 편이다. 법원이 잠정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의견서를 제출해 결정을 촉구할 수도 있다.
집행정지 결정을 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심문절차는 대개는 한 번의 기일만을 정해 쌍방을 법정에 출석시켜 사정을 듣고, 심문기일로부터 수일 내지 늦어도 1주 내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 실무관행이다. 최근에는 법정 출석 없이 제출한 서면만 보고 결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보통 신청서 접수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이 모든 과정이 끝난다. 이처럼 일반 소송보다 매우 신속하게 결정되고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보통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10여일 뒤까지 처분이 멈춰버리므로 처분 당사자나 처분청 모두 민감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
- 집행정지는 어떤 경우에 내려지는가
이번 검찰총장 집행정지 결정문에는 아주 상세한 이유가 기술됐지만, 일반적인 결정문에는 매우 간명하게 ‘처분으로 인하여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인정된다’는 이유만이 기재된다. 바로 이것이 처분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인데, 대법원은 이를 다음과 같이 풀어 설명한다. 즉, 처분으로 인해 입을 당사자의 피해가 돈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손해거나, 손해배상금을 받는 것만으로는 피해 회복을 다할 수 없는 경우, 그 처분이 적법한지 재판을 통해 가리기 전에 우선 정지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75그2 결정). 영업에 피해를 주는 처분이라면 당사자의 자금사정이나 경영에 미칠 파급효과로 인해 사업을 계속하기 어렵거나 경영상 중대한 위험에 처할 정도여야 한다(대법원 2003무23 결정). 이런 사정을 증명할 책임은 신청인에게 있으므로 처분으로 인해 자신에게 미칠 피해가 얼마나 큰지 상세히 법원에 설명해야 한다(대법원 99무42 결정). 처분이 잘못됐는지 여부보다는 처분의 파급력이 더욱 중요한 쟁점이므로 이 부분에 집중해야만 한다.
집행정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본안소송의 승소가능성 여부도 한 요소가 되기에, 처분에 위법한 사유가 그다지 없는데도 소장을 제출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한다면 쉽사리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수 있다(대법원 2018무600 결정). 처분이 정지될 경우 공공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이 미친다면 집행정지가 기각될 수도 있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3항).
보통 영업정지나 입찰참가자격제한, 허가취소나 등록말소 등은 당사자의 영업활동 등에 직접 제약이 심하기 때문에 어지간한 경우가 아닌 한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직무배제나 전보 등의 징계처분 등도 비위사유가 너무도 명백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유사하게 판단하곤 한다. 반면 재개발 관련 관리처분계획인가, 사업시행인가나 그에 이은 수용재결 같은 처분은 집행정지 여부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재개발이라는 대규모 사업 전체가 멈추는 효과가 발생하고 그 파급력이 수백 수천 명의 조합원이나 시공사들에 미치기 때문이다.
<tip box>
· 집행정지 결정에 대한 불복 : 집행정지가 만약 기각된다 해도 방법은 있다. 결정문을 받은 날로부터 1주일 내로 즉시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고등법원에서 2심을 진행하는 것인데, 즉시항고에서 기각결정이 내려지면 대법원에서 재항고(3심)을 받아볼 수도 있다. 또는 법원에 다시 집행정지 신청을 할 수도 있다. 본 소송과 달리 몇 번이고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위 칼럼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월간지 '사학연금' 2021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http://tpwebzine.com/page/vol410/view.php?volNum=vol410&seq=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