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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분쟁이란 것은 상당히 무서운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채무자의 결말, 즉 돈을 갚지 못해 압류 딱지가 붙는다거나, 계좌가 압류되는 상황은 충분히 공포스럽지만 부동산 분쟁보다는 덜 파괴적이다. 적어도 압류는 내 생활에 영향은 끼치더라도 내 몸과 내 생활 자체를 물리적으로 바꿔놓지는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분쟁이 소송으로까지 이어졌을 땐, 멀쩡히 살던 집에서 남의 손에 붙들려 나오게 되거나, 심지어 내 집이 헐리기까지 한다. 물건에 대해 가지는 권리 중 물건을 직접 지배할 수 있는 물권(物權)이 갖는 특별한 힘 때문이다.
소유권이나 점유권 등의 권리가 대표적인 물권인데, 법률에선 이 물권에 대해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자신의 권리를 직접 실현할 수 있는 특별한 힘을 부여했다. 물권의 힘이 이처럼 강력하기 때문에 그 우선순위에 민감해야 한다. 대부분의 법률 분쟁은 이 우선순위 때문에 발생한다.
- 임대차 분쟁
우선순위가 가장 문제되는 부분이 임대차 거래다. 우선 상대적으로 지위가 불안정한 임차인의 경우, 누구보다도 민감하게 부동산에 대한 권리관계 확인을 해야 한다.
전월세와 같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부동산등기부 등본을 확인해 보라는 이유는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자신이 계약을 진행하는 상대방이 입주할 주택의 소유주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부동산 등기부의 갑(甲)구에 기재된 소유권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고 계약 상대방과 동일한지 확인하는 것은 너무도 기본적인 것이나, 아직도 소유권자가 아닌 임대인과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있다고 한다. 한편 갑구에 다른 사람의 소유권이전의 가등기 나 가압류 등이 기재되어 있다면 추후 임대인과 가등기권자의 소송에 따라 자신의 임차권이 날아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보증금이 보호받을 수 있는 순번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임대인의 자금사정에 따라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는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서 정한 최우선변제권의 대상인 보증금은 순번에 상관없이 경매 배당금에서 가장 먼저 보호대상 금액을 받아갈 수 있다. 단, 그 금액의 한도가 서울은 현재 3천 700만원에 불과하기에 최우선변제권에 의지해선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없다.
그렇기에 부동산등기부의 을(乙)구에 기재된 근저당권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미 근저당권자가 있다면 임차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되버리면 자신의 임차권은 소멸해버려 집도 비워줘야 하고, 자신 보다 먼저 등기를 한 근저당권자가 배당금에서 자신의 몫을 다 가져간 이후에야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다. 만약 근저당권자가 없었을 경우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임대차계약서에 받아두면 향후 경매가 진행되어 낙찰이 되도 집에서 계속 살거나 아니면 자신의 보증금을 배당금에서 전부 받아갈지 선택할 수 있다.
한편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 보다 체결 한 이후가 문제다. 임차인이 월세를 안내거나 말썽을 일으켜 내보내고 싶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법률에 박식한 임대인들은 미리 ‘제소 전 화해’라는 화해조서나 공증인가 법무법인에서 받은 공정증서에 강제집행을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받아두기도 한다. 왜냐하면 상대와의 임대차 계약 해지를 하더라도 임차인은 스스로 포기하지 않은 한 자신의 점유권이 있기 때문이다. 상대가 나가지 않고 버틴다 해도 이를 물리적으로 끌어내면 법적으로는 ‘불법행위’라고 보아 자칫 손해배상이나 형사 고소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임대인은 흔히들 명도소송이라 불리는 부동산인도청구를 진행해 승소판결을 받아야 하고, 이 판결을 받아도 상대가 거부하면 다시 집행관이라는 사람을 찾아가 돈을 주고 내보내야 한다. 그러나 화해조서나 공정증서가 있으면 집행관을 통해 강제집행을 바로 신청할 수 있어 보다 신속하다. 물론 이것 역시 만능은 아니다. 당연히 보증금 잔액을 지급하는 것이 조건이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조서가 거부되거나 증서 발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공정증서의 경우 계약만료 6개월 전에만 만들 수 있는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공증인법 제56조의3).
-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매매
부동산을 취득하려면 반드시 등기를 해야 한다(민법 제186조). 과거와 달리 전자등기제도가 시행되고 있어 중복등기 등의 등기사고는 발생하지 않게 됐지만 여전히 부동산 취득은 신중해야 하고 이 역시 우선순위가 핵심이다.
내가 어느 아파트 계약을 체결했고 잔금까지 치뤘다 해도, 다른 사람이 나보다 등기를 먼저 해버리면 아파트는 그 사람의 소유가 될 수 있다. 부동산의 취득은 등기가 있어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매도인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이중으로 부동산을 매도했다면 너무도 억울하고 분통이 터지겠지만, 보통 매수인은 그 계약을 해제하고 돈을 돌려받고 다소간의 위자료를 받는 정도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법률적으로는 실제로 부동산이 등기되어 완료되기 전까진 또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다 해도 이를 유효하게 보기 때문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 나중에 부동산을 이중매수해서 등기한 사람이, 실은 내가 부동산을 매수하고 있었던 사실을 알고도 매도인에 접근해 매매를 요청하는 등 이중매매에 적극 가담한 사람이었다면 이러한 행위는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라고 본다(대법원 2009다34481 사건). 이 경우에는 먼저 등기한 사람의 등기를 삭제해버리거나 자신이 새로운 매수인으로서 등기를 올릴 수도 있다.
임대차나 매매시 발생할 수 있는 법률 분쟁은 너무도 다종다양하여 개별적으로 소개할 수 없는 정도이다. 게다가 부동산 분쟁은 파급효과가 막대하여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우선 스스로 부동산 거래 절차부터 알아두어야 하고, 공인중개사에 최대한의 정보를 요청하면서도 별도로 거래의 안정성에 대한 검토도 해두어야 한다.
<tip box>
· 부동산 거래 사고가 나면 중개사 보증보험으로 배상받을 수 있나요? : 계약체결 자체가 잘못되어 손해를 보는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를 다 배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거래를 중개한 공인중개사에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인중개사들은 중개행위 과정에서 중개대상물의 확인 및 설명의무를 위반하거나 고의 및 중과실로 거래 당사자에 손해를 끼친 경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보통 부동산 계약시 중개사들은 법률상 의무적으로 보증보험에 가입해있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이 보험금을 수령하는 과정이 상당히 어렵다. 중개사와의 보상합의서나 화해조서가 있어야 하고 이를 받지 못하면 소송을 거쳐 확정된 판결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공인중개사법 시행령 제26조). 게다가 보험의 보장한도가 보통 1억 원에서 많아야 2억 원이기에 이를 통해 손해배상을 전부 보장받지는 못한다. 결국 상대방이나 중개사의 개인 소유 재산에 압류 등 강제집행을 하여 배상받아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계약 체결 단계에서부터 주의하는 것이 제일인 이유이다.
**위 칼럼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월간지 '사학연금' 2020년 4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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