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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알아보기-손해배상과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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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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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해!” 드라마나 소설 속, 때로는 길거리에서도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대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재판에서 시비를 가려보자는 의미인데, 이렇게 일상에서 겪는 대부분의 사건은 손해를 누가 책임지고 얼마만큼 책임져야 하는지에 대한 것 즉, 손해배상의 문제이다.

 

우리 법률에서 손해배상이란 무엇인지를 정한 것은 제750조 불법행위 규정이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잘못한 사람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말을 실제로 재판을 통해 실현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1. 손해를 배상받기 위한 여정

 

길을 걷다 어느 가게 앞에서 누군가 떨어뜨린 구슬을 밟고 넘어져 운이 없게도 땅을 짚는 손목이 부러졌다고 치자. 공을 흘린 사람을 잡으면 천만 다행이나, 경찰에 신고를 해도 가해자를 못 찾으면 방법이 없다. 미리 가입해둔 실손보험이 없는 한 온전히 자비로 치료해야 한다. 손해배상의 첫 번째 요건인 ‘가해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쓰는 서류인 ‘소장’에는 반드시 써야만 하는 정보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피고(상대방)의 이름과 주소다. 마침 가해자의 얼굴을 보았다 해도 이름, 주소를 모른다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만약 이름과 휴대전화번호를 안다면 법원을 통해 통신사에 조회를 하여 상대방의 가입정보인 주소와 주민등록번호를 받을 수도 있고, 이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주소를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재판을 하려면 적어도 상대의 이름과 전화번호 정도는 알아두어야 한다. 그런데 상대의 전화번호가 가족이나 회사의 명의라면 곤란해지니, 가능하면 주소지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상대의 이름을 알아 소장을 쓰더라도 결국 재판에서 이겨야 소송을 한 보람이 있다. 그렇다면 판사가 승소판결을 내릴 수 있게 최소한의 요건을 갖춰줘야만 하는데, 구체적으로는 ① 피고가 고의나 과실로 위법한 행위를 했고, ② 그 행위 때문에 내가 손해를 봤고, ③ 그 손해는 돈으로 환산해서 얼마 정도가 된다는 3가지의 요건을 증거를 통해 판사가 이해할 수 있게 소장에 써줘야 한다.

 

말로만 들으면 쉬워 보이지만, 사건에 따라 한도 끝도 없이 복잡해지는 것이 위 3가지이다.

문제는 첫 번째 요건인 고의나 과실에서부터 생긴다. 고의는 문자 그대로 사고를 의도한 경우여서 오히려 흔치 않다. 과실은 쉽게 말하면 실수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로 실수를 해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볼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 상대가 고의나 상당한 잘못을 하여 사고를 냈더라도 이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문제다. 예를 들어 상대방은 자신도 모르는 새 주머니에서 구슬이 떨어졌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CCTV나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와 같이 당시 상황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데 상대방이 이런 항변을 한다면 상당히 곤란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자신의 가해사실을 시인하는 말이나 문자메세지 등을 확보하거나 사고 상황을 기록한 영상, 또는 목격자의 확보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두 번째 요건은 흔히 인과관계라고 설명하는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홀로 소송을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이 부분에서 오해를 하는 것이 있다. 사고로 인해 지출한 비용이 전부 법원에서 사고와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인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데, 개연성, 가해행위의 성격, 손해의 성격 등을 종합해서 판단한다(대법원 2004다11162 판결).

 

판결문만으론 그 기준을 알기 어려운데, 예를 들면 사고가 나서 병원이나 법원을 찾아가는 택시비나 소장을 쓰기 위해 PC방을 이용하고 출력비를 내는 비용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보지 않는다. 사고가 없었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은 아니지만, 적어도 병원이나 법원을 찾기 위해 택시 대신 자가용이나 지인의 차량, 대중교통을 탈 수도 있고 PC방 대신 공용PC나 법원 민원실에 비치된 컴퓨터를 쓸 수도 있었으니, 반드시 지출 돼야 할 비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 요건은 그나마 쉽다. 법원이 인정하는 손해는 ① 사고로 인해 직접 지출해야만 하는 비용을 뜻하는 적극손해(치료비, 수리비 등), ② 사고로 인해 이익을 얻지 못해 손해를 본 부분을 뜻하는 소극손해(수입상실), ③ 사고로 인해 입은 정신적인 손해를 뜻하는 위자료의 3가지 종류로 나뉜다. 적극손해는 사고와 직접 관련이 있어야 하므로, 만약 이미 앓고 있던 지병이 악화되었다거나 지병이 상처를 더 심화시켰다면 상대방으로서는 이러한 ‘기왕증(과거에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병)’의 영향만큼은 감액해야 한다고 항변할 수 있다. 소극손해는 실제로 소득을 잃은 것이 있어야만 하므로, 근로자의 경우 급여를 정상적으로 수령한 경우에는 보통 인정되기 어렵다. 위자료는 그 기준이 참으로 모호하고 금액도 높게 설정되지 않으므로 일반적으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2. 보상과 배상, 무엇이 다를까?

 

이렇듯 손해를 배상(賠償) 받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다. 그런데 피해자나 가해자가 보험에 가입했다면 손쉽게 ‘보상(補償)’을 받을 수 있다. 배상은 위법한 행위로부터 손해를 회복할 수 있게 되갚음 받는 것인데 반해, 보상은 계약이나 법률이 있기 때문에 받는 손해 회복을 뜻한다. 보상의 대표적인 예는 보험, 토지와 건물의 수용에 따른 손실보상이 있다.

 

보상은 보상규정에 해당하기만 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재판을 하지 않고도 돈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규정되어 있어, 필요한 서류와 자료만 제출하면 재판보다 빠르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또 보상절차를 통해 결정된 보상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재판을 통해 금액을 더 달라고 다퉈볼 수 있다.

보상금의 지급 역시 지급을 담당하는 사람의 규정 해석에 따라 결정되기에 다툼이 생기는데, 예를 들어 보험사가 정한 교통사고 보험금이 적거나 피해자의 과실비율이 너무 높아서 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을 달라고 보험금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 토지가 재개발 등으로 수용됐는데 금액이 너무 적어서 돈을 더 달라고 소송을 하는 경우도 보상금 소송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보상은 보험약관이나 손실보상규정과 같이 ‘보상규정’의 한도 내에서만 손해를 회복할 수 있다. 소송으로 보험금이나 손실보상금을 청구해도 손해 전부를 회복 받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손해배상은 입증만 할 수 있다면 자기의 손해 전부를 받아올 수도 있다.

 

<tip box>

· 손해배상과 보상 모두 가장 중요한 점은 소멸시효다. 민법에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점을 제한하고 있는데,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가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다(민법 제766조). 보상에도 시효가 있는데 보험금 청구의 경우도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다(상법 제662조).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한 손해배상 청구는 민법보다 더 짧아서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국가배상법 제8조 및 민법 제766조), 가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5년이다(국가재정법 제96조 제2항).

**위 칼럼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월간지 '사학연금' 2020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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