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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알아보기-소멸시효의 중단과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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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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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행사하지 않고 법률에서 정한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버렸을 경우, 채무자는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민법 제162조 제1항). 이것을 법적으로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표현하는데, 채무자가 임의로 돈을 주기로 하지 않은 이상 소송을 걸어도 패소하게 된다.

 

이 소멸시효는 생각보다 짧다. 이자나 급여, 월세나 공사 관련 대금, 상품 대금과 1년 이내에 지급하기로 한 금전채권 등은 불과 3년, 식당의 밥값이나 학원의 학원비는 1년이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민법 제163조, 164조). 자영업자 등의 사업자와 관련된 채권과 정부나 지자체 관련 채권은 거의 대부분이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고(상법 제64조, 국가재정법 제96조 제1항,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 소멸시효 기간은 무조건 짧은 기간이 우선 적용되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문제는 채권이 있다 한들 언제나 상대방에게서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소멸시효 기간 동안 미처 돈을 받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멸시효 제도에선 채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멸시효 기간을 늘리거나 갱신할 수 있게 했다. 이번에는 빌려준 돈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채권의 소멸 시효에 대해 알아보자.

 


- 소멸시효로 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방법들

 

우선 흔히들 알고 있는 방법으로, 재판을 통한 소멸시효의 연장이 있다. 채무자에게 소송을 걸어 승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된다면 그때부터 그 채권의 소멸시효가 1년짜리 채권이라도 10년으로 바뀐다(민법 제165조). 이렇게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났으니 여유롭게 채무자의 재산이 늘어나기까지 기다렸다가 강제집행할 수도 있고, 그 사이에도 채무자의 이행이 어렵다면 다시 소송을 걸어 계속 10년씩 재연장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8다2200 사건).

 

문제는 소송을 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간단한 것도 아닌데다, 소멸시효기간이 임박한 채권이 있다면 소송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때 유용한 것이 ‘소멸시효의 중단’이다. 채무자에게 채무를 이행하라고 ‘청구’하거나 채무자에 대한 ‘압류, 가압류 또는 가처분’을 했거나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승인’했다면 바로 그 순간 찜질방의 모래시계를 뒤집듯이 그 시점부터 소멸시효 기간을 다시 산정하게 된다(민법 제168조).

 

여기서 채무자 입장에선 상당히 무서운 것이 있는데, 중단된 시효가 다시 산정되는 것은 중단된 사유가 사라진 때부터라는 규정이다(민법 제178조 제1항). 소송의 경우 판결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10년의 소멸시효를 계산하게 되는데, 압류나 가압류는 그 효력이 유지되고 있는 한 시효를 재산정하지 않고 계속 중단된 상태로 멈춰있게 된다(대법원 2006다32781 사건). 그러므로 채무자의 아파트 등에 가압류 등기가 남아있다면 채권 소멸시효는 가압류 등기가 사라질 때까지 계속 멈춰 있다가 가압류 등기가 소멸되면 그제서야 다시 소멸시효 기간을 산정하게 된다. 다만, 채권자가 압류나 가압류를 취소시키거나 압류나 가압류가 법률을 위반한 것이어서 취소되면 시효중단 효과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민법 제175조).

 

중단의 방법 중 ‘청구’는 단순히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소송을 제기하거나 아니면 채권에 관한 재판에 피고가 되어 적극적으로 다퉜을 경우를 뜻한다(대법원 1996다11334 사건). 그러므로 월세를 못 받았는데 3년이 지나가려는 경우, 일단 소송을 제기해서 소멸시효 기간 내에 소장이 피고에게 송달됐다면 소멸시효는 더 이상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채무자에게 돈을 갚으라고 독촉장을 보내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멸시효가 임박했는데도 소장을 보낼 시간이 촉박한 경우 유용한 방법인데, 채무자에게 채무를 이행하라는 요구를 하고 그 요구를 한 시점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채무자의 파산절차에 파산채권신고를 하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등을 한다면 시효가 ‘중단’된다(민법 제174조).

 

명심할 것은 독촉장을 아무리 보내도 그것만으로는 시효가 중단되지 않는다는 것이니, 제때 받지 못한 돈이 있고 상대와의 개인적인 관계나 체면 때문에 소송이나 가압류를 하기도 어렵다면 적어도 채무자로부터 채무를 인정하는 ‘승인’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단지 자신의 채무를 인정만 하여도 그때부터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되어 다시 산정되기 때문이다(민법 제177조, 대법원 2011다21556 사건). 물론 추후 혹시 모를 법적 분쟁을 대비해 승인 사실을 증명할 방법은 생각해두어야 하므로, 하다못해 채무자가 자신의 채무를 인정하는 문자메세지 등을 받아두기라도 해야 한다.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해도 모든 방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채무자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것을 알고서도 채무를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면, 소멸시효를 포기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대법원 2011다21556 사건).

 


<tip box>

· 시효중단을 위한 확인의 소송 : 지난 2018년 10월 18일 선고된 대법원 2015다232316 사건 판결에선 이미 승소확정판결을 받아 소멸시효가 10년 연장됐음에도 다시 시효를 연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 간단하게 ‘전소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를 중단시키기 위한 재판상의 청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소송만 제기해도 시효가 재연장 되는 새로운 방식의 소송을 인정했다. 과거에는 승소확정판결 이후에 채무자가 빚을 갚았다고 주장하거나 뒤늦게 채권이 잘못됐다고 다툴 경우 그 주장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이미 이긴 소송임에도 여러 차례 재판기일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확인을 구하는 소송만 제기하여 시효가 연장될 수 있는 것이다.

**위 칼럼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월간지 '사학연금' 2020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

http://tpwebzine.com/page/vol404/view.php?volNum=vol404&seq=14